제목 윤일상의 가요 Talk10 #9 이정현
DATE : 2015.08.11

원본 컬럼 링크: http://ch.yes24.com/Article/View/28831


컨셉의 여왕, 이정현

8편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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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있어서 완벽은 없겠지만 언제나 완벽함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 하려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한계점을 스스로 정확히 알고 있어서 허황된 욕심을 절대로 내지 않는 철저한 프로정신을 겸비한 이정현은 그녀의 탄생 자체로 유일무이한 존재이므로 스스로와의 경쟁에서 뛰어넘어 또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컨셉의 여왕-


많은 가수들에게 "국민가수", "맨발의 디바", "꿀성대", "섹시퀸" 등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나는 이정현이라는 가수에게 "컨셉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다. 물론 본인의 앨범이나 싱글을 만들 때 전반적인 컨셉에 관여하는 가수들이 많지만 그녀의 경우 그와는 차이가 있다. 심지어 앨범이 시작 되기 전부터 컨셉을 잡고 그것을 프로듀서와 의논해서 발전시키기도 한다. 무대와 의상에 관한 컨셉에서 시작되어 앨범 전체의 색깔을 결정짓는 이런 이정현의 컨셉 만들기는 평소 그녀의 수많은 노력에서 기인되는데, 패션 잡지책을 비롯한 여러 서적들이나 해외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 심지어 환경과 사회에 대한 관심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눈과 마음에 담은 수많은 감성들을 모아서 자신의 노트북에 적어가고 스케치북에 그려간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흔하지 않은 아티스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컨셉의 여왕"과의 첫 만남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정현.jpg

 

 

-줄래-

 

당시 정현이의 나이는 20세였고 나 역시 26세의 어린 나이. 나는 계속되는 작업으로 매일매일 신경이 예민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당시 프로듀서를 맡은 최준형 형님으로부터 정현이의 2집 앨범 작업의 곡 의뢰를 받았는데 형님은 기존의 "와"나 "바꿔"에서 풍겼던 강한 이미지를 잊는 음악을 원했지만 그와는 다르게 나는 그녀의 귀여운 부분에 더 눈이 갔다.

 

사실 첫 번째 소속사인 "예당"에서 1집이 나오기 전에 신철 형님과도 미팅을 했기에 정현이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의 충격적인 첫 영화 "꽃잎"에 의한 것과는 별개로 이전부터 많이 들어왔었다. 신철 형님이 기억한 정현이의 이미지는 당차지만 작고 귀여운 이미지였고, 1집 앨범 발매 후 여러 인터뷰에서 본 그녀의 이미지도 내게는 강한 카리스마 뒤에 비친 여리고 귀여운 어린아이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왔다.

 

그런 그녀의 이미지를 투영해 곡을 만들었고 그것이 "줄래"라는 곡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줄래"의 녹음을 하러 가서 녹음실에서 작곡가와 가수로서 정현이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이 곡은 후속곡이 될꺼에요. 컨셉은 바비인형이에요. 이렇게 저렇게 해서 요렇게 해서 어쩌구 저쩌구......"

 

그녀는 연신 자신이 그려낸 컨셉을 나에게 속사포처럼 쏟아내었다. 제작자가 아닌 아티스트의 입에서 후속곡이 뭐가 될 것이며 컨셉이 어떻고 안무가 어떻고 하는 이야기를 당시까지는 나는 들어본 적이 없었고, 그 이후에도 그런 가수는 많지 않았다. 어쩌면 다소 건방져 보일 수 까지 있는 이런 당찬 그녀의 포스에 약간의 충격을 받으며 놀랐지만 이내 감정을 추스리고 디렉터 데스크에 앉았다. 그렇게 시작된 녹음, 1시간 가량 지났을까? 나의 디렉션에 따라 열심히 하던 중 뜻대로 녹음이 되지 않자 갑자기 정현이가 소리쳤다.

 

"오빠~~~~ 준형오빠~~~~!!!!!"

 

실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디렉터가 뻔히 밖에 있는데 본인의 프로듀서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소리치며 이름을 부르는 것은 머리털 나고 첨 있는 일이었고 그 당찬 태도에 기분이 나쁘면서도 의아하면서 '얘는 정체가 뭐지?'하는 복잡 미묘한 생각이 들었다.

 

준형이 형이 내 옆자리에서 "그래 정현아 오빠 왔으니까 편하게 해. 일상이가 잘 알려줄거야.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마음의 안정을 주는 대화를 주고받은 후 그제서야 제 컨디션을 찾아갔고 무사히 녹음을 끝낼 수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스무 살의 어린 정현이는 정말 낯을 심하게 가린 것 같다.


그렇게 "줄래"가 세상 밖으로 나왔고, 그 곡은 정현이의 말대로 후속곡으로 바비인형을 컨셉으로 한 파격적인 의상, 뮤직비디오, 그리고 안무로 공전의 히트를 하게 되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다음 앨범이 들어가기 전 정현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일상오빠~ 오빠가 제 다음 앨범 프로듀서를 해 주세요~!"

 


-미쳐-


일단 프로듀싱을 하기 위해서는 아티스트를 잘 알아야 했기에 우리는 꽤 자주 만났다. 하지만 3집 앨범의 컨셉에 관해서 정현이는 말을 아끼며 우선 내가 생각하는 본인의 이미지에 딱 맞는 곡이 나오면 그때 컨셉 회의를 시작하자고 했다. 나는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를 할 정현이의 안무와 의상, 그리고 관객을 바라보는 눈빛 등 여러 가지를 상상하며 곡 구상을 해 나갔고, 좀처럼 같이 나오지 않는 가사까지 한 번에 만들어진 곡이 나오게 되었다. 그것은 강하기만 한 것보다는 그녀가 가진 감성까지 끄집어내고 싶었던 곡, "미쳐"이다.

 

곡의 인트로격인 "Crying in the mirror"이후에 인터벌 없이 바로 나오는(사실은 한곡이라고 봐야 무방하지만 예전에는 이렇게 앨범의 스토리텔링을 위해 트랙을 나누는 경우가 많았다.) "미쳐"는 그동안 그녀가 보여줬던 강함의 이면에 존재한 감성을 노래한다.

 
 

 

"왜 우니 또 왜 그리 
바보같이 혼자니 
왜 못 잊니 그 사람을 
이미 끝나버린 사랑 
어떻게든 지워버려......"

 

그리고 카리스마

 

"너 땜에 미쳐 있을 땐 미쳐 
이럴 줄 몰랐었어 
행복에 갇혀 모든 걸 바쳐 
사랑만 했으니까"

 

이 곡은 다시한번 이정현의 저력을 보여주며 승승장구했고 나 역시 사운드 적으로나 음악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은 곡 중에 하나이다. 동 앨범에 "반"역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인기곡 대열에 올랐고 911테러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만든 "No more terror"는 많은 블로거들과 네티즌들에게 회자되며 비폭력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켜 나가기도 했다. 그 외에도 "수리수리마수리", "난 죽지않아", "프리즘" 등은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곡들이다.


다음 앨범 "I love natural"에서는 국악 악기 사용을 보다 본격화 했다. 퍼커션 그룹 "두드락"과의 협연은 물론 유명 국악기 연주자들이 대거 녹음에 참여해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고 그것은 첫 곡 "단심가"를 필두로 "달아달아"라는 곡에 더욱 많이 집중되어 있다. 또한 이 앨범에는 아직까지 소통하며 진해고 있는 Towa Tei형님 (전자음악계에 빼 놓을 수 없는 아티스트중의 한 사람으로 Deee-Lite라는 다국적 그룹의 멤버로 빌보드 상위권에 랭크 되기도 했다.)이 정현이를 위해 "Brighter Than Sunshine"이라는 곡을 작업하기도 했다. 나의 부탁이 있기도 했지만 정현이가 그 동안 활동한 영상클립과 음악을 들려주니 금세 영감을 받아서 귀엽고 상큼한 곡이 나왔다. 처음에 내가 정현이를 봤을 때의 느낌이 귀여움이었듯이 형님도 그랬었나보다.

 

타이틀곡이었던 "아리아리" 역시 공전의 히트를 하며 그녀는 전성기를 이어 나간다. 쉬어가는 느낌으로 여름음악 컨셉의 앨범은 정현이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

 

"오빠하면 여름이잖아. 쿨의 "해변의 여인"이나 UN의 "파도"같은 곡들로 가득 채워진 여름 앨범 한번 해 보면 어때요?"

 

그래서 시작된 Summer Party앨범의 "Summer Dance"는 아직도 여름이면 라디오와 노래방에서 불리어 지는 스테디셀러 중의 한곡이 되었다.

 


다음앨범 Passion은 라틴~!

 

첫 트랙 "World", Interlude곡 "기다려", Outro곡 "독백"은 쿠바재즈를 기본으로 만들었는데 내가 멜로디와 트랙, 그리고 한글 가사를 만들면 그것을 정현이가 자기만의 언어(일명 "정현이어"로 해석해서 다시 가사를 써서 불렀다. "기다려", 한글 가사로 "World"는 "정현이어"로, 독백은 두 언어가 섞여 있다.

 

이 부분은 아직도 참 재밌으면서 풀리지 않는 숙제인데 그냥 막 하는 게 아니고 자신만의 공식이 있다고 했다. 언젠가 한번 그 공식풀이를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앨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따라해 봐" 이 곡은 한국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발매되어 큰 인기를 끌었고 심지어 이 트랙을 오마쥬로한 곡이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정현이의 퍼포먼스와 컨셉이 강렬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앨범 Fantastic girl에서 나는 "나만 봐", "틀", "달려"라는 곡으로 참여했고 내가 프로듀싱한 정현이의 앨범은 여기까지이다. 그 이후 Avaholic앨범에서는 "넌 내꺼"라는 곡으로, 007th에서는 "연"이라는 발라드 곡으로도 참여했다. 이 두 앨범부터는 비로소 Produced by 이정현으로 만들어진 앨범인데 자신만의 색깔을 스스로 찾아가려는 당찬 정현이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다.

 

소속사도 본인의 레이블을 만들어서 활동 중이며 영화배우로서 행보도 활기차다. 토토가의 열풍으로 많은 사람들이 정현이의 복귀무대를 보고 싶어하고 있지만 그는 섣불리 대중 앞에 서려하지 않는다.

 

예술에 있어서 완벽은 없겠지만 언제나 완벽함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 하려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한계점을 스스로 정확히 알고 있어서 허황된 욕심을 절대로 내지 않는 철저한 프로정신을 겸비한 이정현은 그녀의 탄생 자체로 유일무이한 존재이므로 스스로와의 경쟁에서 뛰어넘어 또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