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일상우화 #1 (거북이와 하루살이)
DATE : 2009.12.02

1000년을 사는 거북이가 느린걸음으로 어딘가를 가고 있었다.



때마침 거기를 지나던 하루살이가 존경하는 눈빛으로 그 거북이의 걸음걸이를

바라보며 말을 건냈다.



"거북이님, 당신은 어찌그리 대단하시길래 1000년을 살 수 있습니까?"



거북이는 느린 걸음을 멈추며 가소롭다는 웃음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건방진 놈, 넌 하루밖에 못사는 주제에 내가 1000년을 사는지 100년을 사는지 어찌 아느냐?

내가 얼마나 살아왔는지, 살아갈지는 나도 모른다 이 어리석은놈아."



그러더니, 마치 모든걸 관조 한 듯한 얼굴로 담배를 하나 빼어 물었다.



그 모습을 본 하루살이는 가벼운 미소를 입가에 띄며 이렇게 얘기했다.



"내가 건방지고 어리석을진 몰라도, 당신같이 당신의 존재를 모르지는 않소.

그리고, 당신같은 문맹은 아니라서 백과사전에서 이미 당신에 관한 글을 읽었소.

참 많이 당신을 부러워 했는데...

나의 하루는 당신의 1000년 보다 어찌보면 훨씬 의미있는 하루인것 같소이다."



그러더니 그 자리에서 목숨이 끊어졌다.



거북은 한참을 그자리에 있다가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겨가며 중얼 거렸다.

"오늘도 또 한놈의 천재가 갔구나, 또 다시 내 세상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