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낯설게 하기
DATE : 2012.12.12

낯설게 하기

이사를 하고 나니 뭐든지 새롭고 낯설고, 한편으로는 어색하기도 하다.

물건들의 배치도 달라지고 이동해야하는 동선도 달라졌다. 작업실에서 집으로 향하는길도 당연히 아직은 익숙하지가 않다. 
주차장에 들어 갈때도, 집 안을 향해 걸을때도, 문을 열고 들어갈때도, 세면대에 손을 씻으면서도, 내 방에서 10년 넘게 쓰던 램프에 불을 밝힐때도, 노트북의 덮게를 올리고 익숙한 음악을 들을떄도, 그리고 눈을 감을때도… 이전과는 다르다.

그런데… 그러면서 조금 더 조심하게되고, 평소엔 그냥 했던일을 한번 더 확인하게 되고, 같은 일을 같은 도구로 할때에도 조금 더 신경을 쓰게된다.

기분 좋은 일이다.
...


그리고… 나의 일을 돌아 보게됬다. 이처럼 기분좋은 설레임으로 임하고 있는지를…
올해 21주년 음반을 내고 다시 새로운 1년을 시작하며 처음으로 돌아 가고자 했는데 과연 진정으로 그렇게 하고 있는가? 
엔지니어들에게 언제나 하는 말, “지난번 녹음과 같은 세팅으로 하지마.” 라는 말을 나에게도 지속적으로 하고있는가?
오랫동안 오던길이라 혹시 더 조심해야될 일을 쉽게 지나치지는 않는가?

낯설게 하자. 늘 해왔던 일이라도 늘 걸어왔던 길이라도 낯설게 마주하고 대하자.
익숙해져서 스스로에게 미안해할 실수 하지말자.

새로워 지자.

이사한 집에서 피아노를 치며 눈을 감는다.
언제나 같이 음과 내 머릿속의 색깔들이 뛰놀지만 머릿속의 헌 스케치북을 버리고 새 스케치북으로 바꿔야한다.

상상은 나의 스케치북이고 피아노는 나의 크레파스니까…